사실을 숭배하다보면 진실을 발견하지 못한다
내가 얼마 전 게시한 글 중 ' 인생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 가? ' 라는 내용을 정말 단순명료하게 '선택' 이라고 게시한 바 있다.
인생의 구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정말 많은 시각들이 존재하겠다만 인생이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진실이다.
그럼 진실과 사실이 뭐가 다른데?
형사소송법 교과서에 소개되는 사례를 보자. 검사가 피의자를 강도강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공소장에는 수사 결과 확인한 사실들이 적혀 있었다. 열거된 사실이 제1심에서 인정됐다. 징역 15년의 형이 선고됐다.
문제는 검사가 말하지 않은 사실에 있었다. 피해자 속옷에서 검출된 유전자형은 피고인과 일치하지 않았다. 다른 진범의 존재를 시사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진실을 밝히는 결정적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검사는 침묵했다. 숨겼다. 항소심 법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사실조회를 하면서 비로소 감춘 사실이 드러났다. 무죄판결이 났다. 국가배상책임도 인정됐다. 대법원은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인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은폐한 검사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유전자분석 감정 결과 미제출 사건은 검사의 진실 탐지 의무를 설명하는 예로 등장한다. 진실 의무다. 사실을 말할 의무에 머물지 않는다. 애초 유죄의 근거가 된 사실로 검사가 기재한 내용은 참이었다. 그러나 진실은 아니었다. 참인 사실을 열거했지만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몬 셈이다.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따금 진실은 오히려 말하지 않은 사실에 담겨 있다. 말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알리바이를 증명해서 혐의를 벗고 진실을 밝히는 것처럼, 묻힌 사실을 파헤쳐야 진실이 드러난다.
출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06
진실은 진리로 통하지만 사실은 진실을 뒷바침하는 수 많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가 대중적으로 다들 알고있는 과학적 사실을 숭배하다보면 진리를 놓치게 된다. 우리 인류는 불과 몇 백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지구가 태양을 돌고있는 행성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구에서 관측되는 '사실'을 근거로 태양이 지구를 돌고있는 천동설이 주장되었고, 지구가 평평하다는 이론 조차 인간이 느끼는 오감을 사실로 오인해 받아들이기 때문에 배설된 결과물들이다. 혹시 더 궁금하면 나무위키 참조
지구 평면설 - 나무위키
근대 이후 국가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고,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적 사실을 보급할 수 있는 시대에 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적 사실
namu.wiki
사실 이 주제에 관해서 전부터 생각은 해왔지만 딱히 글로 남기려는 의지는 적었다. 하지만 허브 코헨 선생님의 협상의 법칙2를 읽다가 우연히 아서 밀러의 말을 빌린 한 문장에 의해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사실을 숭배하다보면 진실을 발견하지 못한다
여러분이 믿고 있는 사실은 결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가장 경계하고 있는 정설 중 하나는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심리학은 현재까지도 수 많은 갑론을박이 있지만, 지금까지 생존한 인류에게서 발견되는 특징(사실)을 연결짓다보면 매우 그럴듯하게 들린다. 요즘 핫한 매노스피어에서 가장 핫하게 다루어지는 근거로 진화심리학이 빠질 수 없지만 이는 발견된 사실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성경적인 관점에서도 그들의 논리는 일부 맞아떨어지지만 그것이 진실의 근거로 채택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저는 판검사 할것도 아닌데 이게 뭔 상관?
당신이 이러한 주제로 깊은 고민을 해야할 이유는 없다. 대부분의 95%사람들은 상위 5%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조종되어지며 살아간다. 그러한 삶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지금껏 읽었던 글을 전부 머릿속에서 지워도 된다.(95퍼센트의 사람들은 자신이 남들보다 훨씬 착각하며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하고싶은 욕망이 있거나, 남들과는 다르게 살아야된다는 상황에 놓여져있다면 항상 비판적 사고를 장착하며 살아가야한다. 물론 이것도 너무 지나치면 편향적이고 고립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이 세상 모든 현상에는 양날의 검이 존재한다. 이를 잘 이용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한다면 삶이 바뀔 것이라 호언장담한다.